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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나는 여전히 여름밤의 산책을 좋아한다.

처음엔 그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썼다.
살면서 겪는 불편함, 나의 감정과 생각을 나열하다 보면
한 걸음 물러서서 나와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보다 전에는 산책을 했다.
처음엔 중학교 시절, 용돈이 없어 버스비를 용돈으로 쓰기 위해
친구와 걸어서 등하교를 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친구와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다 보니 산책이 취미가 됐다.

그다음엔 살기 위해서 산책을 했다.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던 때,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환경에서 하루하루 버티던 때,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산책을 했다.
그렇게 살기 위해 산책을 시작한 때가 여름이었다.

그 뒤로도 계속 산책을 했다.
노래를 듣거나 친구와 전화를 하며 걷기도 했고
모든 소리가 내려앉은 밤에는 나 홀로 생각에 잠겨 걸었다.

나는 여름밤의 산책을 가장 좋아한다.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은 여름밤에 걷다 보면
치열했던 나의 하루도 잘 지나갔구나 싶다.

하지만 어쩌면

부모님 손을 잡고 걷던 그 여름밤의 온도가,
바람을 타고 넘어와 닿은 그 풀내음이,
그때, 그 추억이 그리운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