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도미노
상상 속 완벽한 도미노보다, 조금 엉성하게 무너지는 현실의 도미노가 낫다.
어릴 적 엄마한테 도미노를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다.
정말 힘들게 설득해서 몸통만 한 도미노 박스를 끌어안고 집에 왔었다.
그러곤 바로 엄마랑 같이 도미노를 갖고 놀았는데
솔직히 어린아이가 갖고 놀기엔 너무 어려웠고,
아무리 노력해 봐도 계속 중간에 넘어졌다.
그러다 결국 짜증을 내곤 엄마한테 호되게 혼이 났다.
'그럴 거면 왜 사달라 그랬냐'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게 내가 알고 있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가장 큰 단점이다.
중간만 해선 만족을 못 하는 그런 성격.
도미노부터 퍼즐, 게임 등.
심지어 성인이 되고 사회인이 된 나에겐 일마저도 그러하다.
높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일더미에도 나는 적당히 하는 것으론 만족을 못 한다.
오히려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 보니 시작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그렇게 시간만 버리고 결과물은 엉망이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남들이 보기엔 게으르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건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다.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
완벽하지 않은 결과물을 마주하기 싫은 두려움이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엄청난 부담으로 만든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걸 '부적응적 완벽주의'라고 부른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도미노 앞에서 짜증을 내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간에 무너지는 게 싫어서 아예 손을 놓아버리는 패턴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결과물이 엉망이라고 무작정 자책하기보다,
내 상태를 조금 떨어져서 지켜본다.
중간에 좀 무너지면 어떤가.
처음부터 완벽한 그림을 완성하려 하기보다,
조금 엉성하고 중간에 무너지더라도,
시작도 못 해보고 마음속에만 남겨둔 도미노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 되뇌인다.